Park Keun Hyung 박근형
B. 1993
나는 페르소나를 단순히 일시적인 '가면'으로 치부하지 않고, 내면을 은닉하는 동시에 드러내는 역설적인 '갑옷'으로 재해석한다. 이 갑옷은 진실한 소통을 가로막는 방어 기제인 동시에,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존재론적 매개체로서 기능한다. 나의 작업은 내면의 감정을 갑옷의 형상으로 드러내는 과정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온전히 규정하지 못한 채 타인과의 마주침을 경험하며, 그 과정에서 본능적으로 방어적인 관계망을 구축한다. 과거의 단순한 가면이 오늘날 더욱 견고한 '갑옷'으로 진화한 것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다층적인 상호작용의 필연적 결과이다. 나는 이 갑옷을 통해 현대인의 정서적 풍경과 생존 방식을 들여다본다.
관계에 임하는 나의 초기 자세는 '착한 사람'이라는 이름의 견고한 갑옷을 착용하는 것이었다. 갈등을 회피하고, 적을 만들지 않으며, 사회적 승인을 얻고자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방어구가 진정한 자아의 발현인지, 아니면 사회적 기대에 의해 구축된 허상인지에 대한 물음이 계속됐다.
작업 속의 갑옷은 단순히 강인함을 과시하는 외적 장식이 아니라, 한 개인이 삶을 영위하며 체득한 성격, 관심사, 특징, 그리고 내면 깊은 곳의 방어와 갈망이 응축되어 투영된 총체이다. 내면을 은폐하면서도, 동시에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이 모순을 시각적으로 구현하여, 우리 모두가 무의식중에 걸쳤을 법한 감정의 무기를 형상화한다.
궁극적으로, 나의 작업은 관객에게 “당신이 지금 걸치고 있는 갑옷은 어떤 갑옷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진정한 소통이 바로 이 방어적인 갑옷을 직면하고 때로는 해체할 수 있는 용기에서 비로소 시작된다고 생각한다.